땅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집

Juhwan Moon Juhwan Moon
바위집( ROCK HOUSE ), B.U.S Architecture B.U.S Architecture Modern hou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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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지형이 산으로 이루어진 한국에서는 경사지를 깎아내 주택 대지로 개발한 모습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의 바탕에는 늘어나는 단독주택의 수요와 높은 위치가 주는 좋은 전망의 이점이 한몫한다. 하지만 자연이 만든 땅을 파헤치고 사람의 손길이 닿은 건물을 짓는 일이란, 때로는 땅이 가진 오랜 기억과 흔적마저 지운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오늘 기사에서 함께 찾아갈 집은 땅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집이다.

오늘의 집은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에 전체면적 153.44㎡(약 46.4평) 규모의 2층 단독주택으로 지었다. 북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장소와 경사지의 특성을 잘 살린 집이다. 더불어 무엇보다 가장 큰 특징은 땅에 드러난 커다란 바위를 옮기지 않고 하나의 풍경으로, 더 나아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주택의 확장된 외부 공간으로 활용하는 점이다. B.U.S Architecture가 기발하며 탁월한 아이디어로 설계한 오늘의 집으로 떠나보자.

<Photo by Kyung Roh>

커다란 바위가 그대로 드러난 대지

주택의 대지는 전원주택용지로 개발된 땅이다. 경사지를 깎아내 만든 대지에는 커다란 바위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는데, 건축가는 이런 자연스러움에 주목했다. 집으로 들어서는 초입에 있는 바위는 옆 건물을 절묘하게 가린다. 대신 바위를 돌아 마당을 향하면 눈앞에 아름다운 북한강의 풍경이 펼쳐진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이 바위를 그저 바라만 보는 풍경을 넘어 집 일부가 되도록 최대한 활용했다는 것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대지에 깊은 인상과 특징을 남기는 바위에 사다리를 놓아 넓은 평상, 높은 정자, 전망대로 기능하도록 만든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의 관계

주택은 이 땅을 오랜 시간 지켜온 바위와 새로 지을 건물이 만드는 관계를 고려해 계획되었다. 이러한 관계는 소통의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건물과 바위에 있는 사람 사이에 대화가 이루어지듯,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은 적절한 거리를 두고 서로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또한, 재료의 사용에서도 건축가의 세심한 관계 설정을 엿볼 수 있다. 자연스러운 나무와 하얀색으로 마감한 외벽에 짙은 색 아연 도금 강판으로 마무리한 지붕이 바위와 조화를 이룬다.

현대적 디자인에 전통을 녹여 낸 대청마루

사진 속 공간은 바위를 품은 마당과 주택 현관을 이어주는 대청이다. 대청은 건물 안에 작은 틈이 되며 바위를 바라보는 액자를 만든다. 또한, 주택의 내부 공간으로 진입하기 전에 거쳐 가는 매개 공간으로 작용한다. 한국의 전통 건축 요소인 대청을 현대적 건물에 녹여 내는 디자인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그리고 외부 공간이면서 지붕, 바닥, 벽으로 감싸 건물 안에 있는 듯한 느낌도 자아낸다.

깔끔하고 단정한 거실 인테리어

주택 안으로 들어가 거실부터 살펴보자. 실내 공간은 하얀색으로 벽과 천장을 꾸미고 커다란 창을 냈다. 큰 창은 북한강과 산이 만드는 양평의 풍경을 담고 밝은 자연광을 내부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내부로 들어온 빛은 하얀색 벽에 반사되어 모든 공간을 환하게 밝힌다. 건축 환경적인 측면에서 보면 자연채광과 자연환기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아이디어다. 그럼 이렇게 깔끔하고 단정한 인상의 거실은 어떻게 꾸밀 수 있을까? 여기 링크에서 다양한 거실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모아보자.

재치있는 공간 배치 아이디어

거실 반대편에서는 재치있는 공간 배치 아이디어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주택의 내부 공간은 집 속에 작은 집이 들어있는 형태로 계획했다. 나무로 바깥을 마감한 2층 공간은 작은 실내 창을 내 1층 거실을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했는데,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집안 곳곳에 소소한 즐거움과 소통의 아이디어가 스며든 집이다.

평상을 활용한 다이닝 룸

거실, 다이닝 룸 그리고 두 공간을 이어주는 복도를 한 구도에 담은 사진이다. 왼쪽의 조리대는 주방 영역을 구성하고, 오른쪽에는 평상을 마련해 식당을 꾸몄다. 평상으로 좌식 생활에 익숙한 한국인의 정서에 맞춘 다이닝 룸 디자인이다. 평상에 앉아 숲을 바라보는 식사시간이 즐거워진다. 그리고 다이닝 룸과 주방은 마주 보도록 평행하게 배치해, 요리하는 동안 가족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도 이 공간의 장점이다. 평상을 활용해 전통과 모던 디자인 사이 조화를 꾀한 다른 단독주택 인테리어는 여기에서 확인하자.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쓴 계단 디자인

서로 다른 두 공간을 이어주는 계단 디자인은 소홀하기 쉽다. 하지만 오늘 주택의 계단에서는 신중한 재료의 선택과 작은 부분까지 디자인에 신경 쓴 점이 느껴진다. 나무 계단 널을 사용해 자연스러운 감성을 살리고, 하얀색과 나무로 벽을 마감해 깔끔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잠시 지나가는 공간이지만 활력이 넘치도록 꾸민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돋보인다.

침실의 창이 담아내는 풍경

침실도 다른 실내 공간과 마찬가지로 하얀색을 주로 사용해 꾸몄는데, 깔끔하고 단정한 느낌을 살려 디자인했다. 가로로 긴 창을 넓은 풍경을 담아내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별다른 장식이 없어도 풍경이 디자인을 아름답게 완성한다. 마당을 마주하고 풍경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는 디자인 아이디어다. 

오늘의 집은 땅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며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사이에 조화를 이루는 단독주택이다. 커다란 바위가 오랫동안 묵묵히 땅을 지켜온 것처럼, 이 집도 오랜 시간 새로운 기억을 땅에 남기며 자리 잡을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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