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의 세월과 빛을 담아내는 공간, 성수동 근린생활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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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면서 처음의 목적에서 벗어나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건물이 있다. 예컨대 오래된 산업시설이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거나, 낡은 건물이 새 주인을 만나 카페가 되는 경우를 떠올릴 수 있다. 물론 모든 건물은 사용자가 그저 마음먹은 대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건축물에 적용되는 건축법을 꼼꼼하게 점검하고 새로운 목적에 맞춰 공간을 재구성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기능과 아름다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디자인 아이디어도 필요하다.

이번 기사에서 소개하는 건물은 지은 지 40년이 넘은 두 주택을 이어 상업공간으로 바꾸는 사례다. 이른바 요즘 뜨거운 동네인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에는 구두 거리를 중심으로 카페가 입점하고 서울숲 주변으로는 작은 가게가 들어오고 있다. 한국의 건축사무소 아뜰리에 롱고(ATELIER LONGO)는 도시적인 맥락에서 장소성과 대지 조건을 분석하면서, 상업적인 용도에 맞춰 기존 건물의 내외부 공간을 재구성했다. 그럼 40년의 세월과 빛을 담아내는 공간을 찾아가 보자.

위치: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 용도: 주거 및 근린생활시설(변경) / 연면적: 231㎡ (약 70평) / 규모: 지하 1층 / 지상 2층 / 설계 기간: 8주 / 시공 기간: 11주

<Photo: Fotografia M.O.T.>

1. 새로운 마을 풍경을 만들어낼 건물의 외관

성수동의 주택촌 풍경은 연이어 들어선 집들이 만드는 정감 있는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블록 단위로 주택이 자리를 잡은 까닭에 길을 걷다 만나는 작은 골목이 집으로 이어지는 독특한 마을 구조도 특징이다. 오늘 사례는 바로 이러한 장소의 성격을 주목해 오래된 주택의 변신을 시도한다. 그리고 건축적인 단위에서는 소유자가 다른 두 채의 집을 하나의 상업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새로운 용도와 이에 해당하는 건축법에 맞춰 공간을 이어내고 분리하며 재구성했다. 사진 속 검은색 문은 세련된 모습으로 외부공간에 전체적인 안정감을 부여한다. 기존 건물의 외벽이 가진 푸근한 질감은 유지하면서, 단열 성능은 높이고 깔끔한 분위기를 살리는 창호를 새로 시공했다.

2. 재료의 질감과 풍부한 빛으로 감성을 드러내는 외부공간

앞서 언급한 대로 이번 프로젝트는 40년이 넘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 새로운 사람과 생활방식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했다. 이를 위해 기존 재료를 최대한 사용하는 디자인 아이디어를 적용했다. 오래된 외벽의 벽돌은 긴 시간 한 자리를 지켜온 건물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고 한 장씩 쌓아 올리는 벽돌의 수공예적 감성과 거친 질감은 어딘가 푸근한 인상을 남긴다. 또한, 출입문은 거울과 같은 질감의 미러 메탈을 활용해 풍부한 빛이 들어오는 외부공간의 장점을 살리면서 공간의 확장성을 강조한다. 거친 재료와 부드러운 재료가 함께 호흡을 맞추며 감성을 드러내는 외부공간이다.

3. 살짝 걸터앉을 수 있는 공간으로 소통을 위한 장소 만들기

이번 사례에서는 공간의 재발견도 함께 이루어진다. 마당에 담을 만들면서 꽃을 심고 전시를 위한 외부공간을 조성했다. 그리고 계단이나 마당 주변에 높낮이가 있는 공간을 찾아내고 턱을 만들어, 여럿이 모여 살짝 걸터앉은 채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진 속 외부공간의 계단은 얇은 철제 난간을 설치해 현대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간결한 맛을 잘 살린다.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디자인을 신경 쓴 덕분에 예전의 흔적과 현재의 모습이 공존할 수 있다.

4. 시간에 따라 메탈 미러 도어가 연출하는 외부공간 분위기

건축에서 거울을 통해 공간을 확장하는 기법은 널리 사용되는데, 특히 욕실같이 작은 공간을 넓어 보이도록 만드는 효과를 낸다. 그런데 메탈 미러 도어는 기존의 거울과 달리 철제로 되어있어 찌그러지기에 마련이다. 건축가는 이 점에서 착안해 시간이 흐르면서 거울이 찌그러졌을 때 반사되는 공간의 모습을 기대한다. 마당에 들어온 사람들은 주변 풍경과 함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신기해할 것이다. 그리고 다른 창문과 마찬가지로 2층에서도 검은색 창틀이 깔끔한 느낌을 잘 살린다.

5. 전시장식 순환구성이 돋보이는 2층 외부공간

2층 외부공간에서는 길의 즐거움을 담아내려는 건축가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계단을 올라와 살펴본 외부공간은 전시장 같은 순환식 공간으로 구성한 모습이다. 이를 통해 건물에 새 주인이 들어온다면 독특한 전시와 패션쇼를 열기에도 괜찮은 공간적 흐름을 만들었다. 물론 너무 복잡한 미로 구성은 피한 덕분에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라 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 대지 바깥의 길은 건물 사이의 틈을 통해 작은 마당으로 이어지고, 다시 계단과 2층 외부공간으로 연결된다.

6. 주변의 맥락을 끌어오는 작은 틈새 공간 디자인

마지막으로 확인할 건물의 외부공간은 주변의 길과 만나는 건물 사이의 틈이다. 일종의 골목길 분위기를 형성하면서 좁은 길이 가진 독특한 공간감을 살린다. 이곳을 지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와 보고 싶은 기분이 드는 공간이자, 주변의 도시적 맥락을 끌어오는 작은 틈새 공간 디자인이다. 아직은 주변 길이 상업적인 성격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본래의 목적에 맞춰 사람의 발길이 이어질 것이다.

그럼 낡은 주택을 상업공간으로 바꾸는 또 다른 프로젝트는 어떨까? 여기 기사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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